번역과 반역 사이
휴일이라 모처럼 도서관에 들렀더니 신간 서가에 비슷한 제목의 책 두 권이 나란히 꽂혀 있다. 호기심에 꺼내보니 같은 책이다. 같은 책을 각기 다른 두 출판사에서 다른 번역자가 각각 번역 출간한 것이다. 원서의 제목은 토비아스 단치히(Tobias Dantzig)가 쓴 <Number: The Language of Science>라는 책이었다.

마침 나 역시 최근에 책을 한 권 번역하면서 혹독한 곤혹을 당하고 있는 터라, 두 권을 펼쳐 나란히 놓고는 비교를 한번 해 보았다. 굳이 출판사와 역자는 밝히지 않겠으나 아래 오른쪽과 왼쪽은 같은 책 서문의 각기 다른 두 번역들이다. (그림을 클릭하면 된다)

원서를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둘 중 어느게 더 "옳은" 번역이라고 감히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또한 둘 중 어느게 "번역"이고 어느게 "반역"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한다면, 창작에는 정답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둘 중 어느게 더 "나은" 번역인지에 대한 판단은 읽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또한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흔히들 '번역'을 거론하면서 '반역'을 얘기하곤 한다. 최소한 번역자들이 반역자는 되지 말아 달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번역이고 어디서부터가 반역일까? 그저 마음에 두어 반면교사로 삼는 수 밖에.
by thinkr | 2008/05/02 13:29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by jinto at 2008/05/03 02:44
왼쪽이 읽기 쉬워요. 오른쪽도 신중한 번역이긴 하지만 읽기 쉬운 건 왼쪽이네요. 그런데요. 저도 번역에 대해서는 당분간 입을 다물기로 했는데, 하필 이때 이런 글을 올리시다니. 아.. 두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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