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가 얼랭에 빠졌던 이유? by thinkr

어제 제6회 루비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무 명 남짓 주섬주섬 둘러앉아 서로 격없는 얘기들을 두서없이 나누던 "사용자 모임"이 어느덫 정원을 100명이라고 정해 놓고도 대기자가 50명이나 더 넘치는 어엿한 "세미나"로 변했네요. 물론 실제로 참석하신 분들은 그 보다는 조금 적었던 것 같긴 합니다만. (아마도 날씨 탓이겠죠?)

흔히 "세미나"라고 하면 누군가가 (주로 영리를 목적으로) 주최를 하고, 발표자들 역시 소정의 대가(발표료?)라도 받으면서 진행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루비 세미나는 조금 다릅니다. 순전히 루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정' 하나만으로 어렵사리장소를 섭외하고, 뭔가 다른 루비 사용자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는 루비스트(rubyist)들이 스스로 시간을 내어 발표자료를 만들어 즐겨 발표를 합니다. 그렇다고 발표자료의 질(質)이 다른 여느 유료 세미나들에 비해 떨어지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해도 맞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이번 세미나에서 시간을 조금 할애받아 작은 발표를 하나 하였습니다. 제목은 "루비 얼랭에 빠진 날(pt.pdf)"이었는데, 내용은 얼랭의 병행성-지향 프로그래밍(Concurrency-oriented programming) 개념을 소개하고, 레일스의 액티브리소스를 사용하여, 얼랭으로 작성된 문서기반 DB인 CouchDB와 REST로 연동하는 RADAR 아키텍처를 구현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1,500분의 시간을 준비하여 15분의 시간 동안에 발표해야 하는 게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참석한 많은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것은 없을 겁니다.

가끔 모르는 분들은 왜 이렇게 세미나가 드문드문 열리냐며 투덜거리기도 합니다면, 루비 세미나처럼 이런 '자발적인' 세미나가 이렇게라도 한번 열리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하신 분들이 계시기 마련입니다. 세미나를 준비하고 장소를 섭외하고 일정을 짜고 하는 모든일들은,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아마 deepblue님과 ikspres님께서 주로 해 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두분은 "튜토리얼 세션"이라고 하는, 루비 세미나 사상 유래가 없는 새로운 시도도 맡아 해 주셨구요.) 놀라운 루비 신공을 숨긴 채 묵묵히(?) 행사 진행을 맡아 주셨던 미투데이codian님도 한국 루비 커뮤니티 발전에 큰 몫을 하고 계시죠. 화장실 가는 길에 얼핏 보니 오픈마루 명찰을 단 몇몇 분들이 사진촬영도 하고, 또 음료수와 다과도 꾸준히 사다가 채워 나르고 있었습니다.  참, 그리고 루비세미나 때마다 책을 협찬해 주시는 인사이트 출판사도 빼놓을 순 없을 겁니다. (국내에서 루비와 레일스 관련 책들을 출간하는 유일한 출판사이기도 하죠.^^) 모두들 감사드리고 또 수고 하셨습니다.

참, 루비가 얼랭에 빠졌던 이유가 궁금하다구요? 세미나 쉬는 시간에 deepblue님과 잠깐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deepblue님이 요즘 얼랭에 관심이 많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아니! 최고의 루비스트께서 왜? 라고 물었더니, 해맑은 웃음으로 이러시네요.

"재미있는 걸 어떡해요!"

미투. 그게 바로 우리가 루비에, 그리고 또 얼랭이나 다른 무언가에 끊임없이 '빠지는' 이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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