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질 정도의 나이가 된 이들이라면 누구든 아련히 떠오르는 향수같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꼭 여럿이 어울리는 술자리가 아니더라도, 혼자 길을 걸으며 '그 때가 좋았어'라며 읊조리거나 '그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하고 떠올리곤 하는 시절 말이다. 모르긴 해도 그 시절의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을 터이고 또 훨씬 불편한 생활을 했을 것임에 분명하지만, 주위엔 항상 뛰어 놀 수 있는 빈 공터나 골목길, 들판, 그리고 언제나 함께 했던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고, 내일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될 것이라는 작지만 굳은 희망이 있었다. 물론 사람의 기억은 변한다고 하니. 그것도 많은 부분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들만 남기고 안좋은 기억들은 죄다 잊거나 아니면 좋은 쪽으로 바뀌어 기억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 추억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런 추억이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최근에 낸 저서 "미래를 말하다(원제: The Conscience of a Liberal)"란 책 역시 과거 추억에 대한 회상으로 이렇게 시작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나는 1953년에 태어났다. 나는 우리 세대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태어난 것에 특별히 감사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세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미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을 비난하고, 캄보디아 폭격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진보주의 정치를 표방하는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미국 정치와 경제 사상 찾아보기 힘든 잃어버린 낙원이었던 듯하다."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달 초, 어느 일간지에 1987년의 세종로와 2008년의 세종로 모습을 비교해 놓은 사진이 실렸었다. 모르긴 해도 신문이 그 사진을 실은 이유는 아마도 세상이 변해서, 87년 민주화 항쟁 당시의 그 엄숙하고 진지하던 시위의 모습이 이제는 마치 축제처럼 변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사진 속에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학부 시절 헌법학 원론 시간에 그 의미조차 제대로 모르고서 읽고 외웠던, 그리고 법전 속에서나 있으려니 생각했던 바로 그 '자유'와 '평등' 말이다. 87년 그때의 우리는 '자유'라는 기치 아래 모였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는 '평등'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우리네 세상은 자유와 평등의 변주곡이라고 했던가. 한 사회의 역사는 결국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만들어나가는 자유와 평등의 변주곡이다. 마치 어느 순간 이쪽, 또 어느 순간에는 저쪽으로 왔다갔다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운동하는 시계추처럼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뻔히 알면서도 하게 되는 바보같은 질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하나 들라면, 아마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하는 것일 것이다. 똑같은 질문을 자유와 평등을 향해 던져 보는 건 어떨까? 자유와 평등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물론 답은 "It depends."일 것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니 과연 그게 제대로 된 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도 싶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내게 똑같은 질문을 묻는다면 나는 분명히 답할 수 있다. 나는 평등을 택할 것이다. 왜냐고?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 오래지 않은 먼 훗날, 나는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던 듯한 구절 하나를 떠올리며 내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나는 1970년에 태어났다. 나는 우리 세대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특별히 감사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세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을 비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진보주의 정치를 표방하는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한국 정치와 경제 사상 찾아보기 힘든 잃어버린 낙원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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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처리를 한 큐에 배울 ..
by ikspres at 08/07 일방적으로 책을 디립다.. by 고감자 at 08/06 아하 ! by jinto at 07/31 잘 봤습니다 ^^ by xeraph at 07/16 100% 동감합니다. 앞으.. by ikspres at 07/05 책 잘 읽고 있습니다. .. by 인간흉기 at 06/28 본문 가장 아래 문단에 오.. by Tirin at 06/17 책 배달되어서 잘 받았.. by 짱가 at 06/16 Partial Update 기능은 .. by kkoon at 06/13 책이 배달되어서 잘 받아.. by 낭만고양이 at 06/13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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