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은 계륵이다. by thinkr

댓글은 온라인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아주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그래서인지 거의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는 어떤 형태로건 댓글 시스템이 들어 갑니다. 웹 개발자라면 아마 댓글 시스템 만드는 일이 일상에서 가장 빈번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사실 잘 만들기로 맘 먹자면 댓글 시스템 만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하나 만들어서 매번 프로젝트 할 때 마다 쓰면 되겠다 싶겠지만, 사실 서비스마다 조금씩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댓글 시스템 역시 조금씩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댓글은 분명 온라인에서 가장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지만 실은 여전히 지금도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며, 아마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럴 것 같습니다.

어제 오후 잠깐 시간을 내어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컨퍼런스(CCC)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캠퍼스의 눈덮힌 교정도 좋았고, 마침 공교롭게도 행사 장소가 오래 전 어느 봄날 바로 그곳 뜰에서 열렸던 딸기축제에서 제 아내를 만난 곳이었기에 더욱 추억에 잠기게 만들더군요. 그런데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컨퍼런스에서 만난 어느 젊은 사업가의 열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대학생들이 트위터 사용자의 행태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길래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석한 거였지만, 오히려 컨퍼런스 후반부에 있었던 시지온 김범진 대표의 사업소개 발표가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잠깐 설명하자면, 시지온은 소셜댓글로 유명한 라이브리(livere.co.kr)를 만든 대학생 창업 벤처입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뚜렷한 철학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단지 댓글 시스템이라면 사실 누구나 조금만 프로그램을 만들 줄 알면 몇 시간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 간의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창조해 나가려는 철학이 함께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사업과 서비스에 있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둘째, 사용자 니즈를 반영한 변화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런 시도, 저런 시도들을 해 보면서, 서비스 명도 바꾸고, 사용자의 니즈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왜 그런지 고민하고, 그 니즈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계속해서 개선해 나간 시도와 노력들이 제겐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셋째, 끊임없는 발전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한번의 시도에 안주하지 않고, 될 때까지, 발표자의 말을 빌자면, "이번에 안되면 우리가 바보이거나 아니면 심사위원들이 바보다"라는 마인드로 두번 세번 계속 도전해서 결국엔 원하는 것을 성취해 내는 열정이 추운 날씨를 녹이더군요.

마침 그 자리엔 드림위즈 이찬진 대표가 스폰서로 와서 맨 뒷자리를 차지하곤 맥북을 열어 놓고 느긋하게 앉아 계시더군요. 아마 그도 20년 쯤 전엔 지금 저 앞에서 발표를 하는 발표자와 같은 열정으로 아래아 한글을 만들었을 거라 생각하니 두 사람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 되었습니다. (아, 물론 대표님은 지금도 변함없는 열정가시죠. ^^)

방금 시지온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그 열정의 아홉 멤버가 모두 나와 있네요.


좋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면서도 악플, 스팸 등으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또 잘 만들고 잘 관리하자면 끝도 없는 마치 '계륵'같은 그 댓글로 멋진 요리를 만들어 주길 팬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 봅니다.

덧글

  • BEOMJIN 2010/12/14 00:40 # 삭제

    선배님^^ 후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조언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함께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 고민해보겠습니다 :-)
  • jennifer 2010/12/15 01:10 # 삭제

    선배님 ~ ^^ 괜히 저도 선배님이라고 불러보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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