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논란이 한창 문제가 되던 2011년 초반 무렵 구글+가 등장했다. 구글+는 서클(circle) 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는데 페이스북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바로 그 부분을 공략한 것이었다. 서클이 물론 구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구글이 뛰어났던 부분은 그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룹(group) 개념을 직관적인 UI와 함께 플랫폼 속에 잘 버무려 넣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또 하나의 새로운 "도구"의 등장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난 SNS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높아가고 있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피로는 어떤 식으로든 풀릴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은 인터넷 비즈니스 측면에서 SNS를 한번 바라보고자 한다. 즉, 돈버는 인터넷으로서의 SNS의 가능성이다.
돌이켜 보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검색엔진의 등장과 함께 이제 모든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소비를 시작한다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뭐가 되었건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그 검색 결과를 출발점으로 삼거나 구매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 관심은 SNS가 과연 지금의 이런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킬건가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SNS의 등장으로 이제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또 한번 변할 것이라 얘기한다. 이제 사람들은 검색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SNS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것이라고 말이다. 예컨대 SNS에 물어서 판단하고 SNS의 추천을 구매의 시작점으로 삼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과연 사람들이 이제 SNS를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상품의 구매를 시작할까?
최근 한 블로그에서 SNS의 사용행태를 세 가지로 구분한 것을 보았다. SNS는 크게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 친교(private networking), 그리고 토론(discussion) 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영역 각각에 대해 과연 새로운 소비패턴이 끼어들 틈이 있는지를 한번 보자. 브로드캐스팅은 실은 매스미디어다. 따라서 매스미디어 정보를 가지고 구매를 하는 것은 기존의 매스미디어 방식과 특별히 다른 행위 패턴을 만들어낼 수 없다. 토론은 상품 구매와는 조금 거리가 먼 행위 패턴이고, 남는 것은 친교로, 보통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의 의견보다는 자기와 잘 아는 사람들의 말에 훨씬 더 큰 신뢰를 가지게 되는 바, 이에 근거하여 지인들 간의 정보교환이나 입소문을 통해 소비가 일어날 수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더 그렇게 되리라는 판단인 것이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사람들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친목 네트워크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적고 또 주로는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무언가 "새롭고 전문적인 쇼핑 정보"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까닭이다.
결국 지금까지의 SNS 행태 어느 쟝르에도 사람들의 소비 행태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킬 요소는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현재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듯 "소셜"이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바꿀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너무 아름다운 장미빛 환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반론이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인터넷 비즈니스 플랫폼이 된 지 오래고, 트위터 역시 비즈니스 플랫폼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이다. 이미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고 팬 페이지(fan page)를 개설하여 고객과 소통한다. 페이스북 담벼락(profile)에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친구들의 추천이 올라오기도 한다. 트위터 또한 마찬가지다. 트위터 타임라인 속에서 이벤트성 광고는 이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트윗의 한 유형이 된지 오래고, 조만간 트위터는 상업용 광고 트윗을 타임라인 상단에 노출시킬 기세다. 이 정도면 변화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소셜 쇼핑", "소셜 커머스" 세상이 오고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바라보는 각도는 패턴의 변화다. 사람들의 소비 행태가 변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SNS가 보여준 것들은 실은 기존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속에서 움직인 것들에 불과할 뿐, 새로운 패턴이 아직 등장하거나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전국의 과반 이상이 SNS를 사용하는 오늘날도 사람들은 여전히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상품을 고르고 쇼핑을 한다.
"매칭" 이 필요해 보인다. SNS가 사람들의 소비행태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SNS에 기존의 행태, 즉 광고, 친교, 토론 외에 새로운 형태의 행위 패턴이 추가될 필요가 있으며 그건 바로 "매칭(matching)" 이라는 개념이다. SNS에서 무언가 원하는 것을 찾는다는 개념이 플랫폼 속에 녹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하는데 SNS를 이용할 수 있고, 그래야 SNS가 비즈니스 플랫폼이 될 수 있고, 그제서야 기존의 인터넷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터넷"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에 가고 백화점에 간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띄는 물건을 발견하고 가끔은 "충동구매"를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마트나 백화점에 가는 목적은 쇼핑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브로드캐스팅이나 친교 또는 토론을 하러 백화점에 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쇼핑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할 때 우리는 쇼핑 모드(shopping mode)로 전환한다. 즉, 우연히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을 하는 동안 우리는 인터넷 검색엔진을 쇼핑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은 스위스 육군 칼 같아서 카멜레온 같이 색깔을 바꾸곤 하는데, 쇼핑을 하는 동안 우리는 인터넷 검색엔진을 다름 아닌 바로 그 쇼핑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가 마트나 백화점에 있거나 혹은 우리가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 우리의 컨텍스트(context)는 바로 "쇼핑"인 것이다.
반면 SNS에서 우리는 "쇼핑"을 의도하진 않는다. 쇼핑모드로 SNS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SNS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태들은 고작해야 상품에 대한 호기심 유발 내지는 "충동구매" 정도다. 사람들은 "쇼핑모드"에서 SNS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어도 현재의 SNS가 새로운 소비행태나 소비패턴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어쩌면 이 문제야 말로 오늘날 SNS가 인터넷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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